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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못 하는 궂은일을 대신 하는 해시 프라이스(Hash Price)

석 달 전 MARA 주가는 10.60달러였다. 지금은 8.70달러다. 폭락이라고 부르긴 민망하다. 조정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수준이다. 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단순히 비트코인 차트만 봐선 알 수 없는 복잡한 속사정이 숨어 있다.

시장은 MARA를 아주 간단하게 정의한다. 비트코인 레버리지 상품. 비트코인이 오르면 MARA는 더 크게 움직인다. 암호화폐가 좋으면 사고, 아니면 피하라. 참 속 편한 논리다. 근데 핵심을 완벽하게 빗나갔다.

이 사업을 진짜로 움직이는 숫자

해시 프라이스(Hash Price)는 해시 레이트 단위당 수익이다. 전 세계 채굴 경쟁이 치열해지고 더 많은 기계가 한정된 블록 보상을 나눠 가지면서, 이 숫자는 몇 달째 쪼그라들고 있다. MARA의 최신 공시를 보자. 2025 회계연도 자본 지출은 4억 700만 달러다. 2024년 2억 5,100만 달러에서 62%나 뛰었다. 채굴 경제성이 뒷받침될 때만 수익을 내는 인프라에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시 프라이스는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MARA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러닝머신 위에서 죽어라 달리고 있다. 시장은 이 사실을 외면하고 비트코인 티커만 쳐다볼 뿐이다.

4억 700만 달러라는 숫자를 뜯어보자. 단순히 액수만 큰 게 아니다. 해시 레이트 확장이 결국 단위 수익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략적 도박이다. 해시 프라이스가 반등하면 이 도박은 성공한다. 낮은 수준에 머물거나 더 떨어지면? MARA는 페타해시당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는 거대한 기계를 굴리는 꼴이 된다. 해시 프라이스가 10% 더 빠지면 단순히 마진이 깎이는 정도가 아니다. 확장 전략의 근간이 흔들린다. 반대로 10%가 회복된다 해도, 그 막대한 설비 투자를 위해 끌어다 쓴 빚을 갚기엔 부족할 수 있다. 비대칭적 위험이 너무 크다.

MARA 재무제표에 찍힌 장기 부채는 32억 달러다. 이 숫자를 아무런 해석 없이 가만히 들여다보라.

2025 회계연도 영업손실은 12억 달러를 기록했다. 끔찍하게 들리겠지만, 그 안엔 감가상각비 7억 7,300만 달러와 손상차손 1억 900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현금 유출 없는 비용은 맞다. 하지만 채굴 장비의 감가상각은 단순한 회계 장난이 아니다. 경제적 수명이 다해가는 장비의 현실을 보여준다. 기계가 수익을 못 내기 시작하면 감가상각은 이미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거다. 매출은 전년 6억 5,640만 달러에서 9억 710만 달러로 늘었다. 외형은 성장하는데 속은 곪고 있다.

레버리지는 곱하기가 아니라 타이머다

경영진이 강조하는 ‘비트코인 보유(HODL)’ 전략은 진짜다. MARA는 비트코인을 장기 자산으로 재무제표에 쌓아둔다. 강세장이 지속되면 이 포지션은 엄청난 무기가 된다. 상승론자들은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비트코인 창고를 채우는 동시에 채굴 규모도 키우는, 두 가지 비대칭 베팅을 한 주식에 녹였다는 논리다.

여기서 상승론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반론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12~18개월 이상 하락세를 타면 어떻게 될까? 32억 달러의 빚을 갚기 위해 그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비상금이 사실상의 매각 대기 물량이 되는 셈이다.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MARA의 구조는 비트코인이 결코 ‘회사를 압박할 만큼 오래’ 저점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위에 세워져 있다. 이건 사실이 아니라 가설이다.

MARA의 52주 주가 범위는 6.70~23.50달러다. 8.70달러짜리 주식의 변동 폭이 16.80달러다. 고점은 아주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다. 지난 1년 내에 벌어진 일이다. MARA 주가는 양방향으로 격하게 튄다. 중간 지점이 없는 주식이라는 뜻이다. 비트코인 슈퍼사이클과 운영 효율화가 동시에 성공할 거라 믿거나, 아니면 치솟는 채굴 난이도와 갚아야 할 빚 사이에 낀 레버리지 채굴기가 서서히 압사당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한다.

RIOT이나 CleanSpark 같은 경쟁사도 해시 프라이스 압박을 받는다. 업계 공통의 구조적 문제다. 하지만 부채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32억 달러의 장기 부채를 짊어진 MARA는 좀 더 보수적으로 확장한 경쟁사들보다 훨씬 높은 리스크 곡선 위에 있다. 해시 프라이스가 반등하면 레버리지 효과를 누구보다 크게 누리겠지만, 반대 상황에선 안전판이 훨씬 얇다. 같은 업종이라도 위험 노출도는 완전히 다르다. 시장은 흔히 변동성 장세에서 채굴주들을 싸잡아 묶어 평가하곤 한다. 이는 업종 전체의 상관관계를 과장하고 MARA 고유의 위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물론 반대 시나리오도 인정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90,000달러 위에서 안착하면 해시 프라이스 계산법은 달라진다. 보유 자산 가치는 오르고 부채 부담은 매출 증가분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여기에 채굴기 효율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어 비트코인당 채굴 원가가 떨어진다면, 하락론은 순식간에 힘을 잃는다. ETF가 아닌 직접적인 레버리지 투자를 원하는 기관 자금이 들어오면 MARA 주가의 할인율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면 이 글은 너무 신중했다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른다.

조건이 안정적이거나 개선된다면 MARA는 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아니다. 빚 독촉이 시작되기 전에 해시 프라이스가 반등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시장은 아직 그 레이스의 난이도를 완전히 계산하지 못했다.

8.70달러라는 주가는 절망을 외치지도, 환희를 반영하지도 않는다. 상승론과 해시 프라이스·부채라는 구조적 위험 사이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비트코인 보유에 따른 상승 잠재력은 이미 어느 정도 주가에 녹아 있다. 하지만 부채 대 해시 프라이스 비율이 가져올 치명적 위험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돈을 빌려 변동성 큰 자산을 사고, 또 30억 달러를 추가로 빚내어 그 변동성 자산을 점점 더 비효율적으로 찍어내는 기계를 사들일 테니, 모든 게 잘 풀리면 떼돈을 벌게 해주겠다.” 그리고 이 말은 거짓말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