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ONEXPERT a view, not a verdict.

주가는 ‘바겐세일’ 중인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용히 ‘원자력 해자’를 파고 있다

다들 쉬쉬하지만 팩트부터 짚고 넘어가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2025년 12월 말 고점인 488.1달러에서 2026년 3월 25일 371.1달러까지 24%나 빠졌다. 시장에서는 오픈AI와의 갈등이니 금리 압박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대세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다들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규모로 조용히 ‘판’을 짜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노이즈가 아니라 확실한 신호다. 남들이 전력망 용량을 어떻게 늘릴지 말싸움만 하고 있을 때, 이들은 원자로를 AI 인프라에 직접 꽂아버리고 있다.

이건 단순히 보도자료용 사이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대비 자본지출(CAPEX) 비중은 2024 회계연도 18.2%에서 2025 회계연도 22.9%로 급등했다. 계산 착오로 나올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경쟁사들이 인프라를 직접 지을지 빌려 쓸지 고민하는 사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물리적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다는 증거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R&D 비중이 12.0%에서 11.5%로 살짝 줄었는데, 이걸 보고 혁신에서 발을 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델 개발 단계는 어느 정도 끝났고, 이제는 배포와 인프라, 그리고 ‘에너지’ 싸움에서 진짜 승부가 난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신호다.

우라늄 ETF(URA)는 2월 고점인 62.3달러에서 내려와 2026년 3월 25일 기준 49.4달러에 거래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은 이미 장기적인 기저 부하 수요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원자력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은 과거 크립토 열풍 같은 투기성과는 결이 다르다. 전력 회사가 벌벌 떨 정도로 전기를 잡아먹는 확실한 ‘엔드 유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AI 학습 클러스터 하나가 중소 도시 하나만큼의 전력을 소모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원자력을 들먹이는 건 폼 잡으려는 게 아니다. 기존 전력망에만 의존했다가는 답이 안 나온다는 계산서가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낙관론자들이 간과하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숙련된 기술자 부족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전원만 꽂으면 돌아가는 가전제품이 아니다. 데이터 센터 옆에서 이 분산형 원자로를 돌릴 전문 운영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원전 운영 전문가를 키워내는 데는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린다. 규제 장벽이 전혀 없다고 가정해도 ‘원자력 AI’ 시대가 열리기까지는 현실적으로 18개월에서 36개월 정도의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규제가 없을 거라는 장밋빛 가정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면허를 가진 전문 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가를 평가할 때 이 시차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마이크로소프트를 AI 수익화의 최대 수혜주로 꼽으며, 최근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1,094억 달러에서 1,28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실질적인 성과다.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탄탄해지는데 주가는 쪼그라들고 있다. 이건 절호의 매수 기회거나, 아니면 시장이 손익계산서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리스크를 미리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두 가지 이유가 섞여 있을 것이다.

오픈AI와의 관계는 헤드라인에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오픈AI가 상장 전 신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최대 리스크’로 지목한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긴장감 넘치는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두 회사의 관계가 이제는 대놓고 적대적인 경쟁 관계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이 돈을 대준 모델 위에 기업용 AI 서비스를 구축했고, 이제는 그 돈을 대준 파트너와 똑같은 기업용 계약권을 따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오픈AI가 위험 신호를 보낸 것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자 노선을 걷는 것도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다만 시장은 이 지저분한 법적, 상업적 경계선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헤쳐나온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텍사스 데이터 센터 확보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라클과 오픈AI가 포기한 시설을 넙죽 받아온 건 절박해서가 아니라 식욕이 왕성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남들이 포기한 인프라를 흡수할 수 있는 현금 동원력과 그걸 쓸모 있게 만들 전략적 구상이 있다. 이 시설이 원자력 노드가 될지 평범한 데이터 센터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 수요가 몰려오기 전에 물리적 거점을 선점하겠다는 공격적인 태도만큼은 명확하다.

지금 시장은 단기적인 리스크는 크게 보고, 장기적인 원자력-AI 통합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깎아내리고 있다. 이 전략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APEX 일정만큼 SMR 배포 속도가 따라와 주겠느냐는 점이다. 시장은 기술 스택의 구조적 변화보다는 눈앞의 경기 하강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변곡점에서는 시장의 이런 판단이 틀릴 때가 많다.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 발표로 시작된 메모리 섹터 투매 사례를 보면, 연산 아키텍처가 바뀔 때 인프라에 대한 시장의 가정이 얼마나 순식간에 뒤집히는지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에너지’가 병목 현상의 주범이 되는 순간, 시장의 재평가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중이다.

2026년 3월 25일 기준 371.1달러인 주가는 3개월 최저점인 369.7달러 바로 위에 걸쳐 있다. 악재를 반영하다 못해 지쳐버린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늘고 있고, 인프라 베팅은 실체가 있다. SMR 인력 부족은 속도를 늦출 순 있어도 방향을 바꾸진 못한다. 오픈AI와의 마찰 역시 파국보다는 경쟁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금리가 계속 높고 기술주 심리가 얼어붙는다면 주가는 더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펀더멘털과 가격 사이의 간극은 이제 단순히 흐름을 따라갈 게 아니라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만큼 벌어졌다.

남들이 오픈AI랑 아직 사이가 좋네 마네 따지고 있을 때, 이들은 우라늄과 엔비디아 칩으로 난공불락의 성을 쌓고 있다. 주가는 마치 길을 잃은 기업인 것처럼 거래되고 있는데, 24%의 하락을 견디면서도 ‘이 판이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걸 직시할 배짱만 있다면 지금은 꽤 괜찮은 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