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종종 똑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는 습관이 있다. S&P 500이 2024년 23%, 2025년 16%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서 최근 부쩍 드는 생각이다. 물론 강세장 자체가 공포스러운 건 아니다. 다만 현재 시장을 둘러싼 배경이 1929년 대공황 직전의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는 점이 커피를 다시 찾게 만든다. 당시 사람들은 은행을 완전히 불신하게 되었고, 경제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1920년대는 분명 눈부셨다. EH.net의 기록을 보면 미국 실질 GNP는 10년간 매년 4.2% 성장했고, 경제 규모는 전체적으로 약 42% 커졌다. 주식 시장은 이 낙관론을 반영하며 비약적으로 치솟았다. 1929년 1월 다우지수는 307 근처에서 마감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세였다. 부의 증가는 현실이었지만, 그 위에 덧씌워진 투기는 거품이었다. 1929년 3월 연준이 과도한 투기를 경고하며 시장이 잠시 흔들렸지만, 사람들은 곧바로 파티장으로 돌아갔다. 그해 여름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지만, 트레이딩 플로어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10월 24일 ‘검은 목요일’,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1,290만 주를 내던졌다. 10월 29일에는 1,600만 주가 쏟아져 나오며 시장은 하루 만에 12% 가까이 무너졌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아는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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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0년대를 보자. 2024년 글로벌 GDP는 3.1% 성장했고, 미국은 3분기 연율 2.8% 성장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다. 광란의 20년대만큼은 아니어도 꽤 견조하다. 그런데 주식 시장의 열기는 기초 체력을 훨씬 앞서 있다. 미국 내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29년 수준인 약 24%까지 다시 올라왔다. 이런 부의 집중은 단순한 불공정 문제를 넘어 구조적 취약성을 의미한다. 소비가 특정 소수의 지출에 의존하면, 자산 가치가 흔들릴 때 경제 엔진 전체가 동시에 멈춰 선다. 시장 붕괴론자들의 말을 맹신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지한 분석가들이 1929년을 다시 꺼내 드는 것 자체가 주의 깊게 봐야 할 포인트다.
대공황 이후 구축된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1930년대 초 수천 개의 은행이 무너지는 것을 본 입법자들은 은행들이 연준 시스템에 가입하도록 강제했고 예금자 보호 제도를 만들었다. 이 지루하고 평범해 보이는 제도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금융 혁신이다. “내 은행이 위험하다”는 생각과 “지금 당장 달려가 돈을 찾아야 한다”는 심리적 연결 고리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뱅크런은 전염성이 강하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그 불길을 막는 방화벽이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은 중앙은행이 은행 패닉으로 통화량이 급감하고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2008년 위기 당시 연준은 이 교훈을 충실히 따랐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대출 잔액은 대공황 당시 고점 대비 58%나 폭락했던 것과 달리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제롬 파월은 2025년 미국 경제가 견조하며 노동 시장이 완전 고용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는 허풍이 아니다. 지금의 정책 도구는 후버 대통령 시절보다 훨씬 강력하다.
양적 완화는 1929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강력한 무기다. 일반적인 금리 인하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장기 자산을 매입해 차입 비용을 낮추는 이 방식은 정책 당국에 확실한 지렛대가 되었다. 2008년 위기 당시 연준은 금리를 4.5%에서 사실상 0%까지 낮췄다. 1930년대 초 무기력했던 대응과 비교하면, 2008년이 25% 실업률의 대공황이 아닌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로 끝난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책 당국은 과거의 기억을 현명하게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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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속도를 늦춰야 한다. 도구가 개선되었다고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재앙이 터지는 하한선이 높아졌을 뿐이다.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하한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별개의 문제다. ITR 이코노믹스는 누적된 부채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2030년대에 대공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한다. 세계경제포럼은 GDP 대비 10%에 달하는 재정 적자가 경기 하강을 훨씬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역 갈등, 공급망 파편화, 사회적 양극화 같은 지정학적 요소는 어떤 정교한 통화 정책으로도 완전히 상쇄하기 어렵다. 1873년과 1893년 공황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위기의 징후는 사후에나 명확히 보일 뿐, 실시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929년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거라 보지는 않는다. 제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0년대 말과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부의 집중은 심화했고, 주식 수익률은 경제 펀더멘털을 앞서 나간다. 글로벌 성장세는 둔화 중이다.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2.4~2.7% 수준으로, 2024년의 3.1%보다 낮아졌다. 1920년대에도 그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경제가 괜찮아 보였다. 1929년 여름, 이미 침체는 시작되었지만 대다수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 평가를 수정하게 될 유일한 조건이 있다. 글로벌 재정 당국이 의미 있게 부채와 적자 규모를 줄이고,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 소용돌이를 만들지 않고 2027년까지 성공적으로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구조적 취약성이 관리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과거의 사례를 언급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 전까지는 이 패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873년 공황은 남북전쟁 후의 호황 뒤에 찾아왔다. 대공황은 1차 세계대전 후의 호황 뒤에 찾아왔다. 두 번의 사례 모두, 10년의 성장은 사람들이 사이클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번은 다르다며, 좋은 시절이 구조적 진보의 결과라고 믿게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에 ‘파멸’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겠다. 그건 뉴스레터를 팔아먹는 이들이나 즐기는 자극적인 언어다. 내가 쓰고 싶은 단어는 ‘익숙하다’는 것이다.
시장은 긴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