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g target 6.2% 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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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샌디스크(SNDK)를 이렇게 보고 있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실재하고, 수요는 끝이 없으며, 샌디스크가 이를 올라타기에 가장 확실한 종목이라는 논리다. 역대급 신고가 행진과 115억 3천만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거래량, 그리고 쏟아지는 찬사를 보면 그럴싸하다. 하지만 난 이 이야기를 예전에도 들어봤다. 거의 모든 대목에 의구심이 든다.
지금 시장은 5가지 핵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 중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2026년 4월 27일 기준 989.90달러인 주가는 2월 초 470.80달러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시장은 이 5가지 변수가 모두 최상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때만 성립할 법한 가격을 형성 중이다. 첫 번째 변수는 잉여현금흐름(FCF)이다. 최근 12개월(TTM) 기준 FCF 마진이 16.7%까지 개선된 건 인정한다. 그러나 2025 회계연도 전체를 보면 매출 73억 6천만 달러에 영업손실 13억 8천만 달러(영업이익률 -18.7%), 영업활동현금흐름 8천 4백만 달러에 자본지출(CapEx) 2억 4백만 달러로 FCF는 마이너스 1억 2천만 달러였다. 이 회복세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두 번째 변수는 반도체 가동률이다. FRED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가동률은 69.7%로 2025년 2분기 74.3%에서 하락했다. 상승세가 아니라 하락세다. 특히 메모리 업계에서 가동률 하락은 가격 결정권이 무너지기 전 울리는 경고음과 같다. 세 번째는 달러 인덱스다. 107.4 수준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달러는 수출 비중이 높은 메모리 제조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IR 자료엔 없어도 손익계산서엔 찍히는 치명적인 비용이다.
네 번째는 숏스퀴즈 가능성이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유동주식 대비 공매도 비중은 10.33%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공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주가를 밀어 올리는 ‘기계적인 상승’이 상당 부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다섯 번째 변수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숨겨진 재고 신호다. 가동률은 팹의 생산량을 보여주지만, OEM이 실제 얼마나 소비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완성된 메모리가 유통사 창고에 쌓이기 시작하면, 가격 인하 압박은 가동률 데이터보다 훨씬 먼저 나타난다.
이 모든 변수는 서로 맞물려 있다. 강달러가 수익을 압박하는 와중에 가동률마저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은 위태로워진다. 여기에 숏커버링 효과까지 사라지면 주가는 급격히 노출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TTM FCF 수치만으로 이 높은 주가를 지탱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금 주가는 완전히 잘못됐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가는 928.05달러다. 현재 주가인 989.90달러보다 낮다. 2026 회계연도 실적에 대한 실행 리스크를 고려하기도 전에 이미 평균치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목표가 상단인 1,800달러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600달러라는 하단 목표가에 더 주목해야 한다. 가동률 하락세와 강달러 환경, 그리고 아직 입증되지 않은 FCF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 말이다.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다. 이전 메모리 슈퍼사이클 후반부에 마이크론(MU)이 그랬다. 신고가 경신, 높은 공매도 잔고, 시장의 낙관론 속에 숨겨진 과잉 생산 위험까지. 결국 사이클이 꺾이자 7개월 만에 주가는 56% 폭락했다. 패턴은 뻔했다. 센티멘트가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 가격은 유지됐고, 가동률 데이터가 이미 예고했던 재고 과잉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3개월 만에 470달러에서 990달러까지 치솟은 샌디스크의 차트는 당시와 섬뜩할 정도로 닮았다. AI 수요가 이전과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시장에서 ‘이번엔 다르다’라는 말보다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네 단어는 없다.
만약 샌디스크가 영업이익률 20%를 넘기는 실적을 두 분기 연속 달성하고, 업계 가동률이 보합 내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내 판단이 틀린 것이다. 그때는 상승장을 다시 인정하겠다. 하지만 현재로선 숏커버링에 의존해 신고가를 찍는 종목을 굳이 보유하고 싶지 않다. 관망이 답이다.
시장은 슈퍼사이클이라는 ‘꿈’을 사고 있다. 현재 OEM 단계의 메모리 재고 대비 매출 비율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로 그 숫자가 지금의 랠리가 예지력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숏스퀴즈였는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