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2025년 매출은 706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는 이를 두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라며 환호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시장의 낙관론은 이렇다. 변동성이 큰 트레이딩 수익 대신 수수료 기반의 자산관리(WM)로 중심을 옮겼고, 사모 신용 시장 진출은 기관 투자자가 열광하는 고수익 자산을 확보하는 ‘필수적인 다음 단계’라는 논리다. 트레이딩 호황은 덤이고, 사모 신용 확대는 전략이라는 뜻이다. 주가에 높은 멀티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들은 복리 계산이 결코 용서하지 않는 구조적 위험을 교묘하게 피해 가고 있다.
듀레이션 미스매치(Duration Mismatch)는 은행업의 가장 오래된 뇌관이다. 부채의 만기와 자산의 현금화 시점 사이의 간극을 의미한다. 모건스탠리는 지금 유동성이 부족한 다년도 대출 채권(사모 신용)에 장기 자금을 묶어두는 반면, 자금 조달 기반은 단기에 치우쳐 있다. 고객 예금은 기다려주지 않지만, 사모 신용은 그렇지 않다. 이런 불균형은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막상 터지면 치명적이다. 시장의 신용 이벤트나 갑작스러운 변동성 급증, 그리고 질서 있는 자산 매각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몰려오는 환매 요청은 누구도 미리 예측할 수 없다.
186억 달러의 트레이딩 수익이 감추고 있는 것
2025년 모건스탠리 실적을 보면 트레이딩 수익이 186억 달러다. 2024년 168억 달러보다 늘었다.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이 규모의 트레이딩 수익은 시장 변동성의 산물이다. 시장이 움직이고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트레이딩 데스크는 그 차익을 챙긴다. 2024년과 2025년은 채권, 주식, 상품 전반에서 시장 변동성이 컸다. 모건스탠리 트레이딩 데스크의 실력이 좋은 것도 맞지만, 그만큼 환경이 좋았다. 만약 중앙은행 정책이 안정되고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매크로 환경이 평탄해진다면 어떨까. 186억 달러라는 수치는 지금의 밸류에이션이 가정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다.
트레이딩 수익이 10%만 줄어도 연간 매출에서 18억 6천만 달러가 사라진다. 게다가 고정비는 줄이기 어렵다. 공시된 보상 비용만 292억 달러에 달한다. 우수한 트레이딩 인력들은 실적이 둔화한다고 임금을 깎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결국 트레이딩 호황이 사모 신용 확장을 지원하고, 트레이딩 수익이 줄어들면 사모 신용이 수익을 메워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자산은 묶였는데 수수료 수익은 아직 나오지 않는’ 전환기야말로 가장 취약한 구간이다. 이건 산수지 가설이 아니다.
모건스탠리가 인정은 하지만 정량화하지 않는 유동성 위기
가정을 해보자. 신용 스프레드가 6개월 안에 급격히 벌어진다. 사모 신용 자산의 가치는 하락한다. 연기금이나 패밀리 오피스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구한다. 같은 이유로 트레이딩 부문마저 손실을 보고 있다면, 회사는 동시에 두 곳에서 유동성 압박을 받는다. ‘안정성’을 위해 확보했다는 자산이 회사 장부에서 가장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라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강세론자들은 이 시나리오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 주가에는 이런 위험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25년 순이익은 170억 달러로 2024년(135억 달러) 대비 26% 급증했다. 투자자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흥분이 구조적 변화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을 너무 낮게 책정하게 만든 건 아닐까.
낙관론이 유지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트레이딩 볼륨은 사모 신용 자산이 수익을 낼 때까지 충분히 높아야 하고, 신용 시장은 환매 사태가 터질 만큼의 충격이 없어야 한다. 관리자들은 자산관리 통합 과정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계속 끌어와야 한다. 하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이 모든 조건이 신용 주기라는 변수 없이 동시에 장기간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와 비교해보자. 골드만의 영업이익률은 27% 수준이며 소비자 금융 철수 이후 사모 신용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골드만은 수십 년간 대체 투자 인프라를 다져왔고 기관 투자자 관계도 깊다. 모건스탠리는 골드만, 블랙스톤, 아폴로, 아레스가 이미 꽉 잡고 있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브랜드는 좋지만 직접 대출 시장의 트랙 레코드가 짧다는 건 매출 수치에 드러나지 않는 큰 약점이다.
JP모건은 매출 1,786억 달러에 영업이익률 38%로 체급이 다르다. 소매 예금과 소비자 신용이 탄탄한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다. 모건스탠리의 진짜 경쟁 상대는 은행지주사라는 규제 자본 제한을 받지 않는 사모펀드들이다.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할 때 이런 규제는 상당한 족쇄가 된다.
투자은행(IB) 수수료가 82억 달러로 늘어난 것은 M&A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2023년에 얼어붙어 있던 펜트업 수요가 일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매년 이 수준의 수수료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출은 2023년 541억 달러에서 2025년 706억 달러로 늘었다. 아름다운 우상향 곡선이다. 하지만 이건 금리 변동성, 딜 활동, 주식 시장 호조라는 특정 기간의 운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사모 신용 전략은 다음 경기 사이클에서 진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우호적이지 않을 테니까.
모건스탠리 경영진도 듀레이션 문제를 안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췄고 위기 극복 경험도 있다. 그렇다고 시장이 전환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주가는 이미 역대급 실적에 취해 있다. 듀레이션 미스매치 리스크라는 ‘시한폭탄’은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 주가에 반영된 베팅은 딱 하나다. 모건스탠리가 신용 위기를 겪지 않고 트레이딩 위주 수익 모델을 사모 신용 수수료 모델로 완벽하게 바꿀 것이라는 희망 고문이다. 월가는 이런 ‘바통 터치’ 스토리를 정말 좋아한다. 바닥에 공을 떨어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말의 가장 웃픈 점은, 결국 실패의 대가는 남이 지불하고 그게 처음부터 전체 계획이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