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목표가 5.7% 하회
$330.00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놨다. 주가는 하루 만에 11% 넘게 급등했다. 시장의 반응은 타당하지만, 앞으로 12개월간 펼쳐질 잠재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생각이다. 1월 말까지만 해도 193달러 부근에 머물던 주가가 현재 282.23달러까지 올랐다. 상승 속도가 꽤 빠르다. 이제는 가격이 뉴스에 제대로 반응한 건지, 아니면 과하게 앞서나간 건지 따져볼 때다. 내 판단은 후자가 아니다. 주가가 뉴스를 따라잡긴 했으나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했다.
이번 1분기 실적은 AI 데이터 센터 인프라 수요와 안정세를 찾고 있는 산업용 부문이 견인했다. “안정세”라는 단어는 늘 조심스럽다. 경험상 이는 본격적인 회복일 수도 있고, 단순히 재고 소진이 끝났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적 신호들이 예사롭지 않다. 핀허브(Finnhub)에 따르면 2025년 TXN은 영업이익 60억 2,300만 달러, 영업이익률 34.1%를 기록했다. 2024년의 54억 6,500만 달러와 34.9%에 비해 소폭 밀렸다. 그러나 이는 역대급 설비 투자(CapEx)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헤드라인 숫자보다 이 맥락이 훨씬 중요하다.
2025년 잉여현금흐름(FCF)은 26억 300만 달러다. 영업활동현금흐름 71억 5,300만 달러에서 설비 투자 45억 5,000만 달러를 뺀 수치다. 나는 이 설비 투자 금액에 주목한다. 매출 규모 대비 지나치게 컸고, 지난 수년간 잉여현금흐름을 갉아먹는 주범이었다. 하지만 stockanalysis.com 기준 TTM(최근 12개월) FCF 마진은 20.2%로 올라왔다. 2025 회계연도에 보고된 14.7%보다 개선됐다. 설비 투자 사이클을 댐 건설에 비유해보자. 공사 중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고통스럽지만, 완공되면 물이 쏟아져 나온다. TXN은 이제 건설의 정점을 지나고 있고, 현금흐름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과거 인텔(INTC)도 2010년대 중반 비슷한 경로를 탔다. 공정 전환과 설비 확충 시기에 FCF가 급격히 위축됐다가,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반등했다. TXN의 제품 구성이 다르긴 해도, ‘건설 중 마진 고통, 완공 후 현금 분출’이라는 패턴은 반도체 업계에서 반복되는 익숙한 그림이다.
물론 고민거리는 있다. FRED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반도체 업계 가동률은 69.7%다. 2025년 1분기 76.1%보다 낮아졌다. TXN이 주력하는 아날로그, 임베디드 프로세싱 분야는 공급과 수요가 상대적으로 탄탄하지만, 전체 섹터의 슬랙(slack)은 실존하는 리스크다. 나는 이를 ‘공장에서 매대까지의 시차(factory-to-shelf lag)’라고 부른다. TXN 칩이 출하되어도 고객사가 이를 완제품에 통합하는 과정은 느리게 진행된다. 대차대조표에 나타나기 전 재고가 쌓일 수 있다. 이 시차는 현재 정확히 수치화하기 어렵다.
거시 경제 환경도 마냥 편치 않다. FRED에 따르면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2025년 12월 3.50%에서 2026년 3월 3.71%로 뛰었다. 금리 인상이 TXN 사업에 직접적 타격은 아니다. 하지만 TXN 칩을 사가는 산업용 고객사에겐 이야기가 다르다. 자본 지출 결정을 내릴 때 문턱이 높아진다. 비용이 늘어나면 고객사는 주문서를 더 꼼꼼히 살핀다. 치명적인 절벽은 아니지만, 산업 회복세가 튼튼할 거라는 낙관론에는 분명한 변수다.
밸류에이션을 보자. 애널리스트 컨센서스는 266.03달러다. 최고 330달러, 최저 200달러다. 현재 주가 282.23달러는 이미 평균치를 넘어섰다. 시장이 앞서갔거나, 컨센서스가 주가를 따라잡아야 한다. 시나리오 모델링을 해보자. 설비 투자가 정상화되면서 FY2026 영업 레버리지가 극대화되는 게 기본 시나리오다. 산업 수요가 탄탄해지고 FCF 마진이 24~25%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적정 주가는 290~310달러 구간이다. 아날로그 가격이 방어되고 데이터 센터 채널이 확장되는 ‘불(Bull) 케이스’라면 주가는 330달러 목표치를 향할 수 있다. 반면 산업 회복이 지연되고 가동률이 69.7% 밑으로 떨어지는 ‘베어(Bear) 케이스’라면 멀티플이 압축되며 230~240달러까지 후퇴할 수도 있다.
나는 기본 시나리오에 올라타는 쪽을 택하겠다.
FCF 궤적이 가장 중요하다. 수년간 설비 투자에 가려져 있던 FCF가 드디어 우상향하고 있다. 만약 향후 두 분기 동안 TTM FCF 마진이 17% 밑으로 떨어진다면 설비 투자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 낙관론은 틀린 것이고 주가는 다시 컨센서스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시장은 이제 막 1분기 실적 하나를 반영했다. 다음 세 분기가 실적 변곡점을 확인시켜 줄 때,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