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Marvell)은 단 한 회계연도 만에 7억 2천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13억 2천만 달러의 영업이익으로 바꿔놓았다. 마벨의 투자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설명된다. 뒤에 이어질 모든 내용은 이를 증명하는 데이터일 뿐이다.
영업이익 13억 2천만 달러. 회계연도 2026년 기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은 17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6.1%다. 적자 상태였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마벨의 2026 회계연도 10-K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대비 R&D 비중은 25.3%다. 전년도 33.8%에서 하락했다. 절대적인 R&D 지출액은 오히려 늘었는데도 말이다.
이 네 가지 수치는 하나의 세트로 이해해야 한다. 마벨은 간접비보다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 여기서 R&D 레버리지가 핵심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기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R&D 절대 투자액은 19억 5천만 달러에서 20억 8천만 달러로 증가했다. 커스텀 실리콘과 고속 광 상호연결 분야에서 지위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였다. 이를 매출이 고스란히 흡수했다. 이것이 반도체 기업에서 말하는 영업 레버리지의 실체다. 엔지니어링 비용 1달러당 더 많은 결과물을 뽑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17억 5천만 달러의 영업현금흐름은 이 수치들이 단순한 회계적 장난이 아님을 입증한다.
R&D 강도 25.3%가 의미하는 것
매출의 25.3%를 차지하는 R&D 비용은 여전히 높다. AI 커스텀 실리콘은 설계 난도가 매우 높다. 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 기업)와 협력할 때마다 맞춤형 엔지니어링이 요구된다. 비용을 더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 마벨의 설계 승리(Design win)가 실제 대규모 출하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논리는 깨진다. 커스텀 실리콘 프로젝트는 종종 지연되곤 한다. 하이퍼스케일러 프로그램이 한 분기 정도 밀리는 건 감당 가능하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자체 개발로 전환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앞으로 12개월간 마벨의 영업이익률 개선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소 두 곳 이상의 대형 데이터 센터 커스텀 실리콘 사업이 양산에 돌입한다면 말이다. 반대로 파운드리 캐파(생산 능력) 부족으로 납기가 2027 회계연도 3분기 이후로 밀린다면 성장세는 멈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상승론이 성립하려면 설계 승리 그 이상의 ‘양’이 필요하다.
마벨은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는다. 최첨단 공정은 TSMC와 같은 파트너사에 의존한다. 모든 AI 칩 기업이 동일한 N3, N2 공정 물량을 확보하려고 경쟁 중이다. 마벨이 우선순위를 점유한다는 보장은 없다. 수요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만들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 물량 확보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주가는 52주 최고가인 129.8달러에 근접한 128.5달러다. 시장은 이미 성공적인 실행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바클레이스가 제시한 목표주가 150달러는 현재보다 약 17% 상승 여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충분히 도달 가능한 수치다. 다만 이는 파이프라인 공개가 아닌 실제 실적 지표로 입증되어야 한다.
20억 5천만 달러 반전의 속사정
가장 중요한 지표는 20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영업이익 반전이다. 마벨의 실적 발표를 보면 2025 회계연도의 7억 2,030만 달러 적자가 2026 회계연도에는 13억 2천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과거 적자의 원인은 명확했다. AI 매출이 손실을 상쇄하기 전, 기존 엔터프라이즈 및 통신 부문의 재고 조정과 막대한 R&D 투자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번 반전은 기저 효과도 있지만, 체질 개선의 결과이기도 하다. 저마진인 레거시 부문은 줄고 AI와 데이터 센터 매출이 비례해서 성장했다. 수익성이 높은 AI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재편된 것이다.
영업이익이 여기서 10% 더 늘어 14억 5천만 달러 수준에 도달하면 이익률은 20% 중반대에 안착할 것이다. 반대로 10% 감소해 11억 9천만 달러 수준에 머문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을 방어하기는 어렵다. 비대칭적 관점에서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단, R&D 비용이 매출 성장에 맞춰 늘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마벨이 추가적인 맞춤형 실리콘 프로젝트를 계속 떠안는다면 이 전제는 무너질 수 있다.
자본지출(Capex)은 3억 5,400만 달러로 매출의 4.3% 수준이다. 꽤 절제된 수치다. 마벨은 팹리스 설계 업체다. 막대한 설비 투자는 파운드리의 몫이지 마벨의 재무제표에 찍히지 않는다. 이는 통합 기기 제조업체(IDM) 대비 자본수익률(ROIC)을 구조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요인이다. 현재 운영 리스크는 마벨 내부의 지출 통제가 아니다. 외부적인 생산 능력 확보 여부다. 마벨은 2026 회계연도에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다. 하지만 2027 회계연도의 변수는 마벨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있을지 모른다.
브로드컴과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은 40%가 넘는다. 16.1%의 마벨은 다른 체급이다. 마벨의 커스텀 실리콘 모델은 하이퍼스케일러가 기성품을 사는 대신 직접 구조를 설계하고 싶어 하는 연결 및 연산 오프로드 기능을 겨냥한다. 시장은 좁고 물량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 계약하면 장기간 유지되는 끈끈한 계약 구조를 가진다. 브로드컴이나 엔비디아와의 이익률 격차는 규모와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다. 마벨이 물량을 늘리며 이 격차를 좁힐지, 아니면 맞춤형 프로그램의 설계 집약적 특성 때문에 이익률이 낮은 수준에서 고정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주가는 1월 82.9달러에서 4월 중순 128.5달러까지 올랐다. 약 석 달 만에 55% 상승했다. 2026 회계연도의 개선 사항은 이미 주가에 상당히 반영되었다.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은 영업이익의 성장 궤도가 2027 회계연도에도 유지될지 여부다.
7억 2천만 달러의 영업손실은 81억 9천만 달러 매출 속에서 13억 2천만 달러의 영업이익으로 변모했다. R&D 지출은 절대액 기준으로 오히려 늘었는데도 말이다. 바클레이스가 제시한 목표주가까지 17% 상승하려면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지속되어야 한다. 현금흐름은 이러한 체질 개선을 확신시켜 준다. 이제 다음 단계는 파운드리 생산 라인의 병목 현상이 결정할 것이다.